1. 과일 깎아 먹는 칼을 씻다가 회 뜨듯 검지 손가락을 살짝 밀다 별 상처 아니려니 했는데 비누를 묻힐 때마다 쓰라림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작게 패인 아픔이 생생한 거리 저 멀리 회 떠먹길 좋아하는 일본에선 진짜 쓰나미가 땅을 가르고 화산을 울리며 덮쳤다는데 그 아픔 생생하지 않고 여기서 잘 먹고 잘 잔다. 몸까지는 아닌 삶까지는 아닌 그저 머리까지인 아픔이 전달되는 거리 2. 자연재해는 이제 '남일'이 아니다. '남일이 아니라'는 마음은 나도 피해받을 수 있다는 개인의 불안이자, 연대의 기초일 것이다. '남일'이 아니라 곧 '내일'일 수 있음을 알고 함께 아파하고, 손 내밀어야 할 때다.
오랜만의 글이다. 내가 홈페이지에 글을 안 쓰고 산다는 건 그만큼 편안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거나 아무 걱정근심없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 최종(?) 일터는 함께여는교육연구소가 되었다. 함께여는교육연구소는 옛 이우교육연구소다. 이우학교와의 인연은 교생실습에서 시작해, 소희를 거쳐, 연구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우선생님은 소희와 나를 연결시켜 주시고 결혼식 주례를 서시더니 이제 직장 선배가 되었다. 하이원으로 이름을 바꾼 강원랜드가 수익의 일부를 '사회공헌'으로 돌리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사업이다. 영월, 정선, 태백, 도계(삼척)의 학교들에게 지원금을 대주는데 그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학교 선정, 프로그램 공모, 컨설팅과 모니터링 등을 하는 게 연구소에서 내 일이다. 강원..
봄을 기다리긴 아직 멀었겠지만, 입춘과 보름을 지나 오늘은 완연한 봄날씨다. 점심 먹고 찌뿌둥한 몸을 달래며 압구정 현대 아파트 사이사이를 산책하는데 새들이 서로를 부르는 소리로, 따뜻한 바람에 실려오는 볕이 여기 저기 부딪혀 터지는 소리로 학교 운동장엔 반팔 차림으로 농구하는 아이들이 지르는 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봄이 온 것 같다. 돌아보면 최근 10년은 3월까지 눈이 왔던 것 같은데 2월에 이렇게 따뜻한 날이 또 있었던가 싶다. 산채로 파묻혀 이제 부풀어 오르는 돼지들의 죽은 몸이 왜 갑작스레 더 아프고 슬프고 무섭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무의식 안에 숨어 있는 죄책감의 발동일까 내 자신을 돌보느라 끊어버린 사회를 보는 눈이 이제 떠지는가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듣고 보며 함께 빙그레 웃고 있지만 그..
가 장원당이 있는 별관 건물 옆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가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아무런 상처 없이 곱게 날개를 접고 약간 눈을 뜬 채로 가만히 있었기에 놓여 있었다라고 쓸 수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새든 뭐든 죽은 것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거기에 그대로 두면 차에 뭉개지던가, 아이들에게 차이던가 할 것 같았다. 다가간다. 죽어서 식었으니 몸이 찰까? 생각보다 차지 않다. 깃털은 아직 보드랍다.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들어올렸다. 갑자기 왜....여기서 죽어 있는 걸까? 새들이 죽는 곳은 알기 어렵다던데.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우왕좌왕 하다가 언 땅을 파헤치기 어려울 것 같아 구석진 곳의 소나무 둥치 밑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고양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먹겠지. 딱딱하게 굳은 것도, ..
새해다. 이천십일년이다. 불안정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는 올 해 또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게 무엇이든 많이 보고, 많이 아프고, 많이 뛰어넘어 조금 더 넓은 눈과 단단한 몸을 갖게 되길. 이 글을 읽을 내 벗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누구와 함께든 당신 역시 많이 겪고, 많이 들여다보고, 많이 딛고 서서 좀 더 사랑을 나누며 살게 되길. 새해 복 많이 받읍시다. 이천십이년까지는 제발, 쫓겨나지도 말고, 어디 높은데 올라가야하지도 말고, 일하다가 병걸리지도 말고, 누가 돈 준다고 해도 얻어터지지도 말고, 날아오는 포탄에 삶터를 날리지도 말고, 무사합시다들.
일요일에 장원당 첫 근무를 할 땐 미처 몰랐네. 도서관에서 잠깐 잠깐 오전 근무할 때까지만 해도 미처 몰랐네. 평일 아침 출근 버스가 이렇게 미어미어터지는 줄은. 눈이 온 탓일까? 평소에 출근시간이면 10분 간격으로 자주 다니던 6800번 버스가 출근시간 아닐 때엔 20~30분 간격으로 다니던 이 버스가 일요일 저녁,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 배차 간격이 두 배로 늘었다. 처음엔 앞차가 퍼졌나 싶었고, 다음날엔 허, 운때 참 안 맞네, 했고 오늘은 어라? 아예 배차 간격이 더 벌어진 건가? 싶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평일 아침 출근 버스는 두 팔로 손잡이를 잡을 수 없고 하필 오늘 따라 도시락에 책에 무겁고 큰 내 가방이 민망하며 내 다리 사이에 남의 다리가 들어오고도 비좁은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
오랜만의 글이다. 그리고 연말이다. 오늘이 벌써 26일. 서른 둘의 2010도 이제 끝났다. 겨울방학하면 며칠 쉬다가 도서관 근무를 이어서 할 줄 알았는데 장원당-공부 잘 하고 말 잘 듣는 학생들이 칸막이 책상에서 조용히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학교 열람실 시설-에서 일하는 분 중 한 분이 그만두신 뒤 대신 할 사람을 못 구했다며 대신 일 해달라고 하셔서 장원당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격일-정확한 격일은 아니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쉬기도 하고, 이틀을 내리 쉬기도 하는 평균 격일-근무에 하루 노동시간이 13시간 정도 된다. 일은 어렵지 않다. 공부하러 온 아이들 챙기고, 조용히 시키고, 공간 관리만 하면 되는 일. 셔터맨 같이. 아침 아홉시까지 문을 열어야 해서 일곱시 조금 넘어 나왔다. 겨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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