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가 넘어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아홉시다. 세시간 남짓. 때에 잔뜩 절어 널부러져 있는 걸레같은 느낌으로 몸이 무겁다. 근육 사이 사이에서 담배냄새가 나는 것 같고 목구명 저 깊은 곳에서 마른 풀들이 거친 숨에 흔들리는 것 같다. -가야지. 끄응. 밤새 어둠과 함께 바람이 흔들어대던 창을 여니 해도 없이 날은 밝았다. 바람은 줄어듦없이 그대로다. 여기서 해맞이 광장을 보고 바로 경주로 가야겠다. 바람이 이렇게 거센데다가 비까지 오니 내연산 트래킹은 다음으로 미룬다. 사진기를 손에 감고 숙소를 나섰다. 바람에 머리는 제 멋대로 엉키고 어깨에 맨 카메라 가방은 자꾸 흘러내렸다. 갈매기...갈매기가 떼를 지어 날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바람이 데리고 온 듯한 갈매기떼는 다가와서 잡을 듯 하면 금새 ..
학교에서 튕겨나온 뒤, 차갑게 보자면 계약기간 만료일 뿐인데, 튕겨져 나왔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홀로 이곳 저곳을 걷고 싶었다. 익숙한 곳이 아닌 곳에서 익숙한 나를 버리고 새로워지고 싶었다. 늘 여행을 꿈꾸었으나 떠난 적 없어서 이번에야 말로 떠나고 싶었다. 한 달을 계획했다. 무리였다. 집에 갔다온 주, 남은 삼일을 가기로 했다. 어디로 가지?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경주였다. 경주는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가본 적 있으나 기억에 남지 않아 내겐 낯선 곳이다. 여행을 다녔던 사람들은 봄이면 경주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신라의 수도, 이제는 작은 중소도시인 경주에서 처용처럼 걷고 싶었다. 경주로 일단 발길을 잡아놓자 이어 떠오른 곳이 포항이다. 의 나영이 혼자 떠난 곳. 큰 손이 바다에서 나..
창을 여니 비가 그친 뒤의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오늘은 비 없이 여행을 하려나. 모텔에서 나와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올 봄에 아이들과 테마여행을 갔을 때 고창의 읍성에 간 적이 있다. 읍성지기 할아버지가 에도 한 번 가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고창읍성은 낙안읍성에 비하면 작은 편이었다. 산길을 꼬불꼬불 돌아 도착한 낙안읍성은 그야말로 읍성이었다. 입구의 성곽부터 4대문이 있는 온전한 하나의 마을. 예전 관리들이 정치를 하고 형을 집행하던 관아 건물과 예전 집을 그대로 살린 민가와 민박집들 그야말로 끊임없이 자리잡고 있는 '체험학습장'들. 작은 박물관과 주막 분위기의 식당들.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우산을 받쳐든 우리는 국밥 한그릇으로 어제의 숙취를 달래고 마을을 천천히 돌았다. 비오는 평일 낮임..
이날부터 비가 왔다. 쏟아붓다 흘려내리길 여러번, 태풍의 끝물이라고 했다. 더불어 바람도 불었다. 처음엔 우산을 하나 쓰다가 둘이 쓰기로 했다. 그럼에도 바람에 흩날리는 비는 어깨와 다리를 적시고 또 적셨다. 목적지는 . 백련암 가는 길엔 바다가 보이는 가 있다. 민들레에서, 대안교육연대 홈페이지에서 가끔 이름을 본 적 있는 학교다. 늦봄문익환학교라, 학교의 설립취지와 교육내용을 궁금해한 적이 있다. 마침 백련암 가는 길에 있길래 차를 돌려 들렀다. 환하게 그려 놓은 주차장 앞 벽화에 문익환 선생과 아이들이 웃고 있다. 학교는 방학했는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당직교사의 차로 보이는 차 몇 대. 이 넓고 포근한 땅 위의 학교에선 어떤 배움이 일어나고 있을까? 무엇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여기에 모..
우리는 비와 함께 반도 꽁무니를 밟았다. 소희와 사랑한지 3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함께 몇박의 여행을 했다. 강화도 펜션을 잡아 일박을 하고 왔을 때도 차를 뒤집을 듯 비가 오더니 이번에도 여행 내내 비가 왔다. 집에서 광주로 내려갈 때는 조금만 걸어도 배낭을 맨 등이 자작하게 땀에 젖었는데. 광주의 에서 생선구이 백반에 잎새주 한 잔 할 때만 해도, 에서 수현이와 함께 차고 단 커피에 에어컨 바람을 쏘일 때만 해도 볕이 꽤나 또렷했는데도 여행 둘째날부터 비는 부슬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린 비는 여행 마지막 날 들른 방죽포에까지 내렸다. 방죽포를 떠나자마자 다시 나던 해. 우리에겐 물의 기운이 있는가? 광주에서 강진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라남도의 어디를 갈 것인가 정하고 지역별 볼거리들을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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