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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生生!

죽은 새 한 마리

"홀가분" 2011. 1. 9. 17:52
가 장원당이 있는 별관 건물 옆 쓰레기 버리는 곳으로 가는 길 위에
놓여 있었다.

아무런 상처 없이 곱게 날개를 접고 약간 눈을 뜬 채로 가만히 있었기에
놓여 있었다라고 쓸 수밖에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새든 뭐든 죽은 것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거기에 그대로 두면 차에 뭉개지던가, 아이들에게 차이던가 할 것 같았다.

다가간다. 죽어서 식었으니 몸이 찰까?

생각보다 차지 않다. 깃털은 아직 보드랍다.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들어올렸다.

갑자기 왜....여기서 죽어 있는 걸까?
새들이 죽는 곳은 알기 어렵다던데.

죽은 새 한 마리를 손에 들고 우왕좌왕 하다가
언 땅을 파헤치기 어려울 것 같아 구석진 곳의 소나무 둥치 밑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고양이라도 발견하게 되면 먹겠지.

딱딱하게 굳은 것도, 차갑게 식은 것도 아닌
그냥 움직이지 않는, 죽은 것.
새에 처음 손을 댈 때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새를 손에 쥐고 왔다갔다 할 때는 코 끝이 찡했다.

돌아와 나는 손을 박박 닦는다.
조류인플루엔자라도 걸릴까 싶어.

이 글을 쓰느라 인터넷에 접속했더니 마침
"동물들의 다잉메세지, 인류에 대한 경고"라는 기사가 보인다.
어느 나라에선 찌르레기 떼 5000여 마리가 갑자기 떨어져 죽었다고도 한다.

갑자기,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