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와 함께 반도 꽁무니를 밟았다. 소희와 사랑한지 3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함께 몇박의 여행을 했다. 강화도 펜션을 잡아 일박을 하고 왔을 때도 차를 뒤집을 듯 비가 오더니 이번에도 여행 내내 비가 왔다. 집에서 광주로 내려갈 때는 조금만 걸어도 배낭을 맨 등이 자작하게 땀에 젖었는데. 광주의 에서 생선구이 백반에 잎새주 한 잔 할 때만 해도, 에서 수현이와 함께 차고 단 커피에 에어컨 바람을 쏘일 때만 해도 볕이 꽤나 또렷했는데도 여행 둘째날부터 비는 부슬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린 비는 여행 마지막 날 들른 방죽포에까지 내렸다. 방죽포를 떠나자마자 다시 나던 해. 우리에겐 물의 기운이 있는가? 광주에서 강진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라남도의 어디를 갈 것인가 정하고 지역별 볼거리들을 인터넷..
새해를 맞아, 정확히는 방학을 맞아 올 한 해 학교 생활을 돌아본다. 처음에 학교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뜻하지 않게 합격을 했고 부랴부랴 짐을 싸던 그 때를. 봄이었고, 소희 이모부가 돌아가셔서 상가집에 들렀다가 같이 분당에 올라갔던 그 봄. 학교에서 한 해를 넘긴다는 일이 실감이 안 나던 그 때. 무언가 한 해를 넘겨서 일 해 본 경험이 없던 나는 꽤나 긴장했다. 중간에 튕겨져 나오진 않을까, 내가 그 일들을 감당할 만큼 성장했나, 따위의 질문들이 머릿 속을 맴돌았지만 모두 묻어둔 채 직접 부딪히고자 하였다. 힘든 고비를 몇 번 넘겨, 결국 오늘까지 왔다. 그러고보면 사람들과 부딪히며 직장 생활을 하는 긴장을 이제 조금 견딜만한 힘이 생긴 듯 하다.
책 세 권을 구했다. 이적의 을 원작으로 하는 을 구했다. 이적의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마구 뛰었다.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의 소설 와 은 이야기와 상상력 모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그걸 만화로 그려냈다니, 가슴 설렌다. 읽으면서 영화화해도 무척 재미나겠다고 생각한 작품들이다. 김훈의 새 산문집 과 박미라씨의 새 책 도 구했다. 이제 환갑이 넘은 나이의 김훈. 한 세상을 살면서 한 경지에 오른 할배의 글이 기대된다. 박미라씨의 책은 김형경의 과 박미라의 를 읽으면서 를 다룬 책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번에 박미라씨가 내었다. 아, 기대된다. 나도 쓰고 아이들도 쓰고 그래야지.
비가 한 차례 오고 비 따라 겨울이 온다. 하룻밤 새에 학교 선생님들의 옷이 두꺼워졌다. 열이 많은 나도 남방에 니트를 껴입었다. 쌀쌀하며 따뜻한 이 느낌이 좋다. 오늘 어머니는 수술을 받으신다. 어머니의 상처가 어머니의 병을 만들었을 것이다. 초기에 발견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일로 당신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좀 다른 삶을 모색하셨으면 좋겠는데.... 일을 좀 쉬면서 연애도 하고, 마음 편히 사셨으면 좋겠는데.... 선뜻 함께 내려간다는 이쁜이가 고맙다. 오랜만에 이쁜이 손을 잡고 차를 타겠다. 가족들도 만나고. 오랜만, 인 것들이 많구나. 오랜만의 겨울, 오랜만의 겨울햇살, 오랜만의 겨울바람. 오랜만의 대전행, 오랜만의 가족, 오랜만의 아픔. 안녕? 오랜만이야.
전업 문인들 중 98%는 글을 써서 월100만 원을 벌지 못한다고 한다. 그 중 37%는 월수입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니, 수치만 놓고 보자면 정말 밥 빌어 죽도 쒀먹지 못할 직업군이 바로 작가인 것 같다. 결혼 전, 장인께서는 내가 시를 쓰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곤, ' 평생 배고픈 직업이라는데…' 하셨다. 하지만 여태껏 식구들 배 곯린 적은 없으니 내가 대단한 요행수나 처세술을 부린 게 틀림없다. 내가 사는 요령은 간단했다. 애당초 글을 써서 먹고 산다, 는 생각을 버렸기에 그렇게 살 수 있었다. 유신시절 계몽가 중에는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 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글 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쓰자 라는 식으로 바꿔 부르며 지금껏 잘 버텨 왔던 셈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민들레에서 연락을 받았다. 1. 대안교육연대의 간사일과 7월에 있을 방통대 대안교육강좌 진행간사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 서로 지켜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일단 그 쪽 일을 하다가 서로 맞는다 싶으면 함께 일해보자. 2. 경기도 교육청에서 공문을 발송했다. 이것이 교육인적자원부의 공식입장인지, 경기도 교육청의 단독입장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이 계획이 미인가대안학교를 죽일 것인지 살릴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에 관해 기사를 쓸 생각인데 취재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 다음주 말까지. 어떻게 할까? 서울에 살고 싶지 않고, 학교일도 아닌데 민들레에 지원을 했던 건 지금껏 즐겨 읽으며 내용과 관점에 동의했던 잡지이자 하는 일이 아무래도 현장과 끈이 닿아있는 일이어서였다. 대안교육연대라는 사무실에 들어가면..
태안여자고등학교에서 정교사 모집을 하는데 자필이력서를 쓰라고 한다.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되짚어가며 이력서를 채웠다. 자격증 하나 없지만 살아오면서 '이력'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을 모으니 이력서 한 장이 꽉 찼다. 이걸 받아보면 태안여고 사람들은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이게 이력서야?"하겠지만 내 삶의 분명한 단면을 옮겨 놓았다. 물론 자세한 월(月)이 기억이 안나 대충 써 놓은 것도 있고, 여기에 빠진 것은 훨씬 더 많지만. 어떻게 '몇년, 몇월, 몇일 무엇'이 쓰인 몇 줄로 그 사람의 이력을 알랴. 내 이력서만 보면 상당히 열심히 살아온 청춘같이 보이지만 그 행간에 담긴 방황과 뭉기적이 훨씬 많았던 게 내 청춘이다. 내 청춘에 숨을 틔우고 싹을 보였던 모든 사랑이야기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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