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자고, 소희도자고, 나는 빨래 돌리며 술 한 잔. 아이 키우는 사내의 호사
며칠 안 남을 날들을 애무하다. 알 수 없는 시의 언어들도 내 안에서 소리지르며 노닐다 나가다. 이를테면, 미완성 교향악 -김행숙 소풍 가서 보여줄게 그냥 건들거려도 좋아 네가 좋아 상쾌하지 미친 듯이 창문들이 열려 있는 건물이야 계단이 공중에서 끊어지지 건물이 웃지 네가 좋아 포르르 새똥이 자주 떨어지지 자주 남자애들이 싸우러 오지 불을 피운 자국이 있지 2층이 없지 자의식이 없지 홀에 우리는 보자기를 깔고 음식 냄새를 풍길거야 소풍 가서 보여줄게 건물이 웃었어 뒷문으로 나가볼래? 나랑 함께 없어져볼래? 음악처럼
느닷없이 가을 가을이 이미 왔어야 할 날임에도 오지 않던 가을이 쳐들어왔다. 더운 물로 씻으면 살갗이 당기고 출근 길 손이 시린 넣어둔 긴팔 옷을 꺼내입어야 하는 가을 개같은 가을이, 란 시로 아이들과 수업을 하던 기억 따뜻한 김 모락모락 오르는 홍합탕에 소주를 마시던 기억 찬바람을 피해 손을 부비며 친구들과 노래 흥얼거리고 걷던 기억 활짝 열어두었던 문들을 여며 닫고 사랑하는 사람을 꼭 껴안고 잠드는 느낌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밀고 나가는 느낌 팔에 돋은 소름을 쓸어내리며 담배를 피우는 느낌 이제 가을 겨울의 시린 바람과 빛나는 눈을 예고하는 가을.
오랜만이야. 지난 5월에 쓰고, 지금이 8월이니 거의 100일만이네. 그 사이, 나는 새로운 일터에서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고 변화하지 않는 나 자신과 매일 매일 다투고 있고 나와 소희에게 작은 생명이 와주기도 하였지. 염세. 세상을 염오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찌는 듯 세상이 덥다는 말이기도 해. ㅎㅎ 웬 염세? 오늘 출근해서 거미들의 집들을 또 부수며 담배를 태우러 갔지. 은밀한(?) 곳에서 늘 쭈그리고 앉아 '애들 눈치' 보며 한 대 무는데 바닥엔 분명히 뜨거운 불길에서 오그라들었을, 하지만 겉만 변색했을 뿐 겉은 멀쩡한 캔들이 굴러다니던 걸. 이곳은 담배꽁초 등이 모으면 한 번씩 태우곤 해. 아마 그 때 생겼겠지. 갑자기 궁금해졌어. 저 캔들은 다 어디로 갈까? 오, 우리가 수도 없이 먹고 쓰고 버린..
요즘 밤 거리가 가장 걷기 좋다. 마트나 편의점이 아닌 동네 구멍가게 앞 플라스틱 빨간 의자 위에 앉아 맥주 캔이나 따가며 수다 떨기 좋다. 짧게 사라질, 일년에 딱 두 번 오는 그런 날들. 봄과 여름 사이에서 아침마다 무얼 입을지 고민한다. 선택은 대개 잘못된다. 긴 팔을 입은 날은 찌고 짧은 팔을 입은 날은 차다. 머리로 살지 말고 마음과 몸으로 살려고 애쓴다던 오랜 벗이 생각난다. 머리는 공부할 때만 쓰면 된다던 그는 훨씬 가볍고 자유로워 보였다. 생각을 멈추고 느끼고 움직인다면, 느낌과 움직임, 표현과 받아안음만으로 삶이 충만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여 두렵고 걸리는 게 없다면, 우리 삶에 그러고보면 필요한 것들이란 많지 않다. 바람이 분다.
태백에 출장 가는 길에 아침에 청주에서 강연이 있는 소장님과 함께 출장가는 우선생님과 청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 왔다. 소장님은 강의 가시고 우선생님과 나는 봄볕 속을 거닐며 아침 먹을 곳을 찾아 헤메다 결국 호텔 라운지로 들어왔다. 호텔 커피숍...어릴 때 드라마를 보면 부잣집 아들 딸들이 맞선도 보고 우아하게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던 커피숍. 그 우아함을 역겨워하던 내겐 어떤 마음이 꼬이고 얽혀 숨어있는 것일까.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니 8,000원이다. 동네 커피숍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이다. 이곳 호텔 라운지의 커피가 싼 것일 수도 있지만 드디어, 나도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 마시며 책 보는 삶으로 진입, 하였다는 사실이 왠지 불편하다. 그동안 별 감흥없이 호텔 커피숍과 비슷한 가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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