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生生!

4월 봄, 청주에서

"홀가분" 2011. 4. 29. 09:38



태백에 출장 가는 길에 아침에 청주에서 강연이 있는 소장님과 함께 출장가는 우선생님과
청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 왔다.
소장님은 강의 가시고 우선생님과 나는 봄볕 속을 거닐며 아침 먹을 곳을 찾아 헤메다 결국
호텔 라운지로 들어왔다.
호텔 커피숍...어릴 때 드라마를 보면 부잣집 아들 딸들이 맞선도 보고
우아하게 커피를 홀짝이며 책을 읽던 커피숍.
그 우아함을 역겨워하던 내겐 어떤 마음이 꼬이고 얽혀 숨어있는 것일까.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니 8,000원이다.
동네 커피숍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이다.
이곳 호텔 라운지의 커피가 싼 것일 수도 있지만
드디어, 나도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 마시며 책 보는 삶으로
진입, 하였다는 사실이 왠지 불편하다.
그동안 별 감흥없이 호텔 커피숍과 비슷한 가격의 커피를 마셔왔다는 사실 역시
갑자기 불편해졌다.

한 잔에 7,8천원....
단 돈 몇 천원이 없어 굶은 세계의 아이들...까지는 안 하더라도
이 모든 소비를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아가게 되는,
한 줌의 불편함도 없이 '현재를 즐기는' 일이
문득 무서워진다.

이제 김치찌개에 소주 나눠 먹는 친구들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들과 살아가는가...'존재'가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식'을 결정한다.
어느 정도 벌고, 어느 정도 쓰고, 더 벌려고 안달하지도 않고,
적지 않은 벌이에 만족하며 더 가난한 사람들에 선의를 가지고 있는
그런 선량한 사람들....과 같이 사는한
내 불편함은 그저 한 때의 불편함에 머물고, 결국은

낡아갈 것이다.
가난, 그것은 동정의 대상으로만 내 곁에 머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