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生生!
얻고 잃음은 한 몸
"홀가분"
2010. 11. 4. 23:58
송성영의 <거봐, 비우니까 채워지잖아>를 읽고난 뒤 문득, 떠오른 생각.
흔히들 무언가 얻는다고 하면 얻는 것만 생각합니다. 얻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얻는 것과 얻는 것으로 인해 또 얻는 것만 생각하지요.
예를 들자면, 보너스라는 돈을 얻으면 그저 내가 얻은 것만 생각하거나
내가 얻은 것으로 인해 행복까지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리석음은 그곳에서 시작합니다.
음과 양이 한 몸이듯 얻고 잃음도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
얻고 잃음의 순환으로 인과를 바라보자면
간단히 네 가지의 인과가 가능합니다.
1. 얻음으로 얻었다(또는 그로 인해 다른 무엇까지도 얻었다.)
2. 얻음으로 잃었다
3. 잃음으로 잃었다(또는 그로 인해 다른 무엇까지도 잃었다.)
4. 잃음으로 얻었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1과 3만 생각할 뿐입니다. 그건 직선입니다. 명쾌한 인과이지요.
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오히려 2와 4처럼 순환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우리가 지혜를 익힌다는 일은 삶을 순환으로 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직장에서 인정받아 일을 많이 받습니다. 일을 열심히 해서 근무외수당도 넉넉히 받았지요.
늘어난 월급으로 무얼할까, 고민하다가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기로 합니다.
누구나 생각하고 겪을 법한 이 상황은 순수히 직선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모두 '얻음'으로만 되어 있지요.
인정을 얻고, 일을 얻고, 수당을 얻고, 즐거움을 얻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잃음은 있습니다.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게으를 자유를 잃습니다.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면 거절할 자유도 점점 잃을 것입니다.
일을 받았기 때문에 가족과 자신에게 쓸 시간을 잃습니다.
수당을 받았기 때문에 돈과 관계없이 즐겁게 일하는 마음을 점점 잃게 됩니다.
돈을 써서 즐거움을 얻게 되다 보면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잃게 됩니다.
여기에서 '잃게 되는 것'이 '얻게 되는 것'보다 훨씬 보잘 것 없다고 생각되나요?
그렇다면 얻고 또 얻는 일에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얻는 것만큼 잃는 것이 만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많이 얻는다고 그리 기뻐할 일은 아님에 동의하실 겁니다.
반대의 예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요.
잃음으로 얻게 되는 것들.
저 또한 늘 얻으면 얻는 줄만 알고, 잃으면 잃는 줄만 압니다.
술을 마시면 술 기운을 얻고 좋은 기분을 얻고, 사람들과 따스한 온기를 나누는 시간을 얻고, 마음의
허전함을 달랠 힘을 얻는다고 알지요.
하지만 다음날 생생히 깨어있을 힘을 잃고, 또렷히 자신과 함께 있을 힘을 잃고, 무엇보다도 고독할
기회를 잃습니다. 단순히 '돈을 잃고 건강을 잃는다'의 문제도 아닌 거지요.
또, 집에 칼퇴근할 시간을 잃으면 잃는 줄만 알지요.
대신에 아이들을 챙길 시간을 얻고, 천천히 걸을 마음의 여유를 얻는 줄은 모르고.....
이렇게 얻었을 때 잃는 것도 있다, 잃었을 때 얻는 것도 있다는 걸 함께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얻었을 때 잃는 것이 정확히 무언지('술마시면 건강 잃는다'는 상투말고 핵심이 무언지!)
잃었을 때 얻는 것이 무언지도 다양하고 깊이있게 알아야겠습니다.
그런게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고 선택 앞에 의연할 수 있는 지혜라면 지혜랄 수 있고,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들려줄 삶의 이야기라면 이야길 수 있겠지요.